코고는 아내
아내가 코를 곤다
쪼그려 앉아 먹는 하루 두번 끼니를 빼면
열 여덟 시간
아내는 서서 일을 한다
얹혀지고 또 얹혀져 무게를 더하는 사소한 수고와
창과 칼이 부딪히는 사람과의 전쟁이
낮과의 전쟁이라면
제몸 갉아먹는 수면제 아니면 잠들지 못하는 밤은
그리움과 회한이 무릎 꿇리는
형극(刑棘)의 무자비한 형장
아내는 간지러운 알약 한알을 마신다
그리고는 앞세운 자식의 슬픈 그림자 옆에 몸을 누인다
아내가 코를 고는 것은 코를 고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새까맣게 타버려 재조차도 남아 있지 않은,
새끼잃은 어미의 슬픈 노래이다
드르렁 드르렁
크. 크 . 크 . 큭
바닥 모를 낭떠러지
길고 긴 낙하처럼
숨이 끊어지는 절규의 끝에는
함께 하지 못하는 까마득한 어미의 단말마
인연의 얇은 비단 폭을 찢는 소리
부황자국 희미한 어깨에 땀이 젖는다
엇갈려 잡은 손에 힘이 쥐어 진다
엇갈려 잡은 손에 서로 피가 흐른다
어미의 슬픈 눈빛엔
이승과 저승의 다리가 없다
살아도 살아있는 까닭을 잃어 버린 아내
아내를 돌아 눕히고
나는 일어 난다
베란다 너머 까만 바다에는 추워서 떨고 있는 별 하나
유난히도 슬픈 눈동자
담배 한 모금을 빨아낸다
가슴 깊은 곳에서 긁어내듯
아내의 숨을 길게 토해 낸다
방안에는 아내가 코를 골고 있다
2015 . 8 말복
(경부고속도로 , 아차 )
'쪽 팔림도 삶에 도움이 되더이다(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바라기 (0) | 2015.08.27 |
---|---|
육십령 아리랑 (0) | 2015.08.16 |
아침에 퇴근하는 남자 (0) | 2015.08.09 |
[스크랩] 오래된 선물 (0) | 2015.08.09 |
[스크랩] 세레나데 (0) | 2015.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