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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거기 앉어 ㅡ
유치장에 갇혀 있던 요셉은 형사에 의해 취조실로 옮겨 졌다
ㅡ 이름 ㅡ
ㅡ 저는 아무 잘못한 것이 없어요 ㅡ
ㅡ 이 새끼 봐라 , 목격자가 있고 증인이 있는데 거짓말을 하고 있어 ㅡ
ㅡ 목격자라니요 ? ㅡ
형사는 들은 척도 안하고 자기 할 말만 하였다
ㅡ 이름 , 이름이 뭐야 ? ㅡ
ㅡ 난 잘못한게 없다구요 ㅡ
순간 요셉의 뺨에 불이 확 일어났다
ㅡ 이런 악질 같은 새끼 . 도둑놈이 도둑질 했다고 하는 것 봤어 ㅡ
ㅡ 잘못한게 없는 사람을 왜 때리고 그러십니까 ? ㅡ
ㅡ 잘못한게 없으면 니가 풀려 나갈 것이고 죄를 저질렀으면 감옥엘 가야겠자 ? 자 이름 ㅡ
ㅡ 최 요셉입니다 ㅡ
ㅡ 주소 , 나이 ㅡ
뱀처럼 차가운 눈매의 형사는 요셉의 신상부터 물어 보며 심문을 시작 하였다
애덕원이 그의 전 주소이며 본적지로 나타나자 형사는 다시 싸늘한 시선으로 그를 쳐다 보았다
ㅡ 애덕원 ? 너 고아야 ?ㅡ
ㅡ 네 ㅡ
ㅡ 그러면 그렇치 , 양아치 같은 새끼들 ㅡ
ㅡ 고아면 다 양아치고 도둑놈입니까 ? ㅡ
양아치라는 말에 요셉은 화가 나서 형사에게 대들듯이 따졌다
ㅡ 그래 그러면 니가 도둑놈인지 아닌지 물어 볼테니 대답을 해라. 한마디라도 거짓말을 하면
넌 내 손에 죽어 , 알았어 ? ㅡ
ㅡ 공범이 누구야 ? 누구한테 공책을 팔았어 ? ㅡ
ㅡ 저는 그런 적이 없다구요 ㅡ
ㅡ 그래 어제 니가 밤중에 누구한테 돈을 받는 것을 보았다는 사람도 있어 . 그리고 이것
네 사물함에서 나온 돈이야 , 맞지 ? ㅡ
형사가 그의 얼굴앞에 흔들어 대는 봉투는 어젯 저녁 박씨가 데리고 온 남자가 준 봉투였다
그들은 벌써 요셉의 사물함을 뒤져서 봉투며 통장등 요셉의 소소한 물건들을 가지고 왔었다
ㅡ 얼마가 들어 있는 줄 알어 ? 무려 5 만원이야 ㅡ
요셉은 깜짝 놀랐다
5 만원이면 요셉의 한달 월급보다 많은 돈이었다
요셉은 그 순간 무언가가 크게 꼬여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어젯밤의 일을 형사 앞에서 자세히 털어 놓았었다
ㅡ 참 내 ~ 야 이새끼야 ,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고 하는 말이냐 ? ㅡ
ㅡ 제말은 하나 거짓없이 그대로 입니다 ㅡ
ㅡ 이 새끼가 매운 맛을 봐야 실토를 하겠구만 , 너 같은 새끼들은 하나 죽어버린다고 눈 하나
깜짝이지 않어. 뿌리도 없는 새끼들 같으니라고 ~ ㅡ
취조 용지를 북북 찢은 형사는 큰 소리로 근무하던 순경을 불렀다
ㅡ 어이 , 임순경 , 이새끼 지하 취조실로 이감시켜 ㅡ
종일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무언가에 쫏기듯 불안했고 요셉에게 전화를 할까도 했지만 근무가 끝나는대로
찾아 가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하루는 너무 길었고 온통 그의 생각뿐이었다
칠이 다 벗겨지다시피한 나무묵주를 굴리며 기도를 하려도 분심 때문에 한 번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퇴근하는대로 그녀는 협신문구로 요셉을 만나러 달려 갔다
ㅡ 자 이런 증거물이 있고 목격자가 있는데 자꾸 아니라고 하면 우리 서로 피곤하잖아 ㅡ
ㅡ 난 그런 일이 없어요. 맹세컨데 그런 일은 생각도 해 본적이 없다구 ㅡ
ㅡ 그래 ? 그럼 니가 그랬는지 안그랬는지 조금 있으면 알게 되 ,ㅡ
흐릿한 백열등이 천장에서 흔들거리고 지하실의 습한 곰팡내가 비릿하게 배여있는 취조실은
숨쉬는 것 조차 답답할 지경이었다
말할때 마다 기분 나쁘게 울리는 맨살인 콘크리트방의 울림음은 사람의 기를 질리기 하기에 충분하였다
" 퍽 !! "
순간 호흡이 끊어지는 충격이 요셉의 복부를 강타했다
이어서 등줄기를 쪼개는 도끼날 같은 충격이 이어지고 그후의 충격은 느끼지 못하였다
" 촤와악 " 찬물이 그의 온몸에 쏟아졌다
ㅡ 장물을 넘긴 놈이 누구야 ? ㅡ
뱀눈같은 형사의 얼굴이 그의 코앞에 다가서 있었다
ㅡ 으 ~ 으 ~ 난 그런 일 한적이 없...어..요 ㅡ
요셉은 고통속에서 간신히 말을 이어 나갔다
ㅡ 독한 새끼 ! 이제 시작이야 ㅡ
폭풍에 이리저리 나부끼는 여린 나뭇가지처럼 요셉의 몸뚱이는 그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었다
어떤 보호도 받을 수 없는 둥지를 벗어난 , 아니 둥지조차 없는 비바람속의 어린 한 마리 새였다
ㅡ 이래도 안 불어 ? 이 개새끼 ㅡ
ㅡ 못 불어 이 개새끼야 ㅡ
ㅡ 응 ? 이새끼 봐라 ㅡ
벌겋게 달아 오른 형사의 눈빛에 퍼런 불똥이 떨어졌다 .곧이어 발길질 세례가 퍼부어졌다
ㅡ 왜 때려 ! 이 개새끼야 , 내가 아니라면 아닌거지 니가 뭔데 나를 때려 이 개새끼야 ㅡ
요셉은 억울한 마음에 형사의 폭력이 심해지면 질수록 독기가 올랐다
ㅡ 뭐야 ? 이런 독종은 처음 봤네 ㅡ
식식거리며 요셉을 고문하던 형사는 지쳤는지 물을 한 컵 마시더니 당직순경을 불렀다
ㅡ 야 이 새끼 유치장에다 쳐 넣어 ㅡ
그리고는 벗었던 웃옷을 걸쳐 입고 취조실을 나갔다
지옥 같았던 시간이 지나가고 요셉의 몸뚱아리는 물먹은 솜처럼 유치장 차가운 바닥에 던져졌다
창살 안에 갖혀 바닥에 널부러진 그를 보는 율리안나의 눈에서는 눈물만 흘러 나왔다
ㅡ 요셉아 , 요셉아 ㅡ
유치장 앞으로 다가 간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요셉을 불렀다
요셉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촛점 풀린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다 보았다
그러더니 그냥 가라고 손짓을 한두번 하더니 이내 등을 돌려 누어 버렸다
몇번 더 그를 불렀으나 그는 마치 죽어 버린 사람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형사가 귀찮은 표정으로 그녀를 말리면서 내일 다시 오라고 하였다
" 엄마한테 이 일을 알려야 하나 ? 엄마가 아시면 얼마나 마음 아프실까 ?
바보 같이 ~ 그럴 일을 할 애가 아닌데 ....."
그녀의 발길은 애덕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둥지를 떠난 새의 첫번째 시련은 너무도 가혹했다
온몸이 떨려 왔다
얇은 담요 한장으로는 새벽의 한기를 이길 수 없었다
덜덜 몸이 떨려 왔다
아침이 오고 다시 어제와 같은 취조가 반복 되었다
요셉은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사회라는 세상이 얼마나 냉혹하고 위험한 곳인지 실체를 알 수 있었다
저녁 나절에 엄마 수녀와 율리안나 그리고 바오로 아저씨가 다녀 갔다
요셉은 아무런 말도 하기 싫었지만 걱정하시는 엄마에게 그간의 일을 자세히 털어 놓았다
엄마 수녀는 그 말을 믿어 주시는 것 같았다
" 내가 너를 안 믿으면 누굴 믿겠니 ? "
ㅡ 요셉아 내일쯤이면 좋은 소식이 올지도 모르겠다. 기도하면서 기다리고 있거라 ㅡ
엄마 수녀는 긴 한 숨을 토해 냈다
그는 내일이면 조서가 마무리 되는대로 검찰로 송치 될것으로 알고 있었다
ㅡ 최 요셉 , 나와라 ㅡ
다음날 점심 무렵 , 뱀눈 형사가 요셉을 불렀다
ㅡ너 운이 좋은 줄 알어 , 기소 유예 처분 되었다 ㅡ
ㅡ 네 ? ㅡ
ㅡ 이새끼 기소 유예도 몰라 ? 협신 문구 한 사장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청원서를 보냈어 .ㅡ
요셉은 어리둥절 하였다
ㅡ 앞으로 한번만 더 그런 일이 있으면 넌 가중처벌 되는거야 알았어 ? ㅡ
ㅡ 아저씨도 앞으로는 고아라고 너무 그렇게 무시하고 가혹하게 하지 마세요 ,누구는 고아가 되고
싶어서 고아가 되었겠어요 ?ㅡ
한 마디 말을 던지고 요셉은 뒤도 안 돌아 보고 형사과를 나왔다
경찰서 마당에는 언제부터 모르게 율리안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ㅡ 요셉아 고생 많았지 ? ㅡ
그녀는 벌써 눈물부터 보이고 있었다
ㅡ 가자, 엄마가 같이 오래 ㅡ
공장은 다시 돌아 가기 싫었다 , 가야 할 일이 남았지만 지금 이런 몰골로 갈 수는 없었다
마땅히 머물러야 할 곳이 없다 생각하니 이세상에서 오직 나만이 휑그라니 떨어진 외로움을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다
애덕원도 이런 모습으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엄마의 근심을 덜어 드려야 할 것 같았다
율리안나가 그의 손을 슬며시 잡았다
요셉은 그 손을 굳이 뿌리치지 않았다
전 날 오후 한 양택은 공장으로 부터 사고 소식을 보고 받았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부터 그는 서울에 따로 사무실을 열어서 주로 서울에서 기거하고 있었다
D 시의 집은 떠나간 아내의 자취들이 그를 더욱 슬프게 하였다
또 엄마 잃고 힘들어 하는 설희의 뒷바라지와 , 대학 입시를 치룰때까지 만이라도 서울에서
생활 하려 했었다
그러던 차에 절도 사건이 보고가 되었고 범인이 요셉이란 걸 알고 크게 실망과 분노를 느꼈다
ㅡ 아빠 , 요셉이는 절대로 그럴 애가 아니예요 ㅡ
ㅡ 니가 뭘 안다고 그래 ? ㅡ
ㅡ 아빠가 저에 대해서 아시는 것 만큼 저도 요셉이를 잘 알아요 ㅡ
ㅡ 너 요셉이가 고아라는걸 모르냐 ?ㅡ
ㅡ 아빠 고아라고 다 범죄자라고 생각하시는 편견을 버리세요 . 아빠도 지금은 홀로시잖아요
이북에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내 사촌들이 있지만 요셉이도 그럴 만한 사정으로 혼자 되었을지
누가 알겠어요 ㅡ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설희는 여셉의 결백을 주장하며 한 양택을 설득했다
ㅡ 전 지금까지 요셉이를 봐 왔지만 개는 천사예요 바보 같이 자기몫도 남에게 내어주는 그런 바보예요
아빠도 아시겠지만 예전에 제가 학교에서 일등한 것도 요셉이가 양보한 거라구요 흑흑흑 ㅡ
설희는 요셉의 그런 사정에 서러움이 북받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양택은 그녀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었다
ㅡ 알았다 , 너의 생각도 참고로 해보겠다 , 그만 네 방으로 가거라 ㅡ
그리고 그는 설희를 돌려 보낸후 오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2015 9
교문리에서 아차 ( 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