長篇ㅡ 가제 사랑

사랑 ( 12 )

아차 峨嵯 2015. 9. 1. 00:38

 

 

 

12

 

 

 

ㅡ 여보 ! 이것 좀 먹어 봐요 ㅡ

ㅡ 그만해요 , 나  약 안 먹어도 안 죽어요 ㅡ

ㅡ 무슨 말씀 ! , 이거 내가 어렵게 구해온 무슨 버섯이예요 ,  상황버섯이라나  ! 

아주 귀한거래요 ㅡ

ㅡ 참 이이는 .... ㅡ 

ㅡ 내가 숯불에 몇 시간을 끓였어 , 효과가 좋대요 자 어서 들어 봐요  ㅡ

한 양택은 억지이다시피 끓인 약을 그녀에게 마시게 했다

ㅡ 그런데 , 설희는 주말인데 공부나 잘하고 있나 ? ㅡ

ㅡ  못 된 녀석이네 , 내가 당장 전화해서 김기사한테  데리고 오라 할까 ? ㅡ

ㅡ 아니에요 , 공부 하느라 시간 없는 애한테 ..... ㅡ

ㅡ 그래도 엄마가 아픈데  와 보지도 않고 괘씸한 것 ㅡ

ㅡ 놔 둬요 , 엊그제 전화했어요 , 며칠 있으면 예비고사 치루는데  ㅡ

정원을 지키고 있는 오동나무며, 단풍나무,목련등은  이제 서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창밖에는 겨울을 준비하는 상록수들만  마당을 지키며 서있고 ,선인장이며 추위를 타는 화분들은 

거실  여기저기에서 간호를 하는냥 그녀를 에워싸고 있었다

진숙은  남편의 그런 모습에 싫은 척 시늉을 했으나 행복함에 가득 찼다

ㅡ 여보 , 나 이 가을이 다 가기전에  단풍 구경이라도 가고 싶은걸 ㅡ

ㅡ 어 ? 그래 그럼 당연히 가야지  누구 분부인데 ㅡ

무언가 그녀를 위해 할것을 찾았다는듯  남자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되물었다

ㅡ 어디 ? 설악산으로 갈까 ? ㅡ

ㅡ 아니요 , 단풍 든곳이면 모두 다 ㅡ

ㅡ 그래요 , 갑시다 , 정말 당신과 만난 후 어디 한 곳 제대로 가 본적이 없었구먼 ㅡ

ㅡ 맞아요 , 우리 신혼 여행도 제대로 못 갔잖아요

당신도 내가 없어도 가끔 바람 쏘이러 어디든 다니고 그러세요  ㅡ

ㅡ 아니 , 이 사람이 ,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 당신 없이  내가 무슨 재미로 그런 곳을

다닌단 말이우 ㅡ

그녀는 빙그레 웃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다 보았다

ㅡ 어서 기운 차리고 , 외국 여행도 다니고 그래요 ㅡ

ㅡ 호호호 , 나 사실은 프랑스에 가고 싶었어요, 당신이 시간 없을 것 같아서 봐주는거예요 ㅡ

ㅡ  알지요,  당신이 그림 그리고 싶어 하는 것, 어서 낫기나 해요 

당신이 나으면  회사 정리하고 당신과 둘이 여행 다니면서 나 때문에 못한 당신 삶을 채워주고

싶어요,  그러니까  기운내서 어서 일어 나요 ㅡ

그는 그녀의 파리해진 이마에  따듯한 입술을 맞추었다 .

진숙의 양택의 변함없는 사랑을  확인하고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ㅡ 미쓰 최,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거야 ? ㅡ

ㅡ 네 ? 부장님 ㅡ 

ㅡ 이리 와 봐 ㅡ

율리안나는  부장의 책상 곁으로 다가 갔다

ㅡ 이걸 타자라고 치는거야 ? 그러길레 고아원 애들은 쓰는게 아니라니까 ㅡ

부장은 서류 몇 장을 그녀의 얼굴을 향해 집어 던졌다

날카로운 면도날 같은 종잇장은 그녀의 얼굴을 스치고  빨간 한 줄기 금을 그어놓고 낙엽처럼

펄렁거리며 그녀의 앞에 떨어졌다

ㅡ 다시 만들어 와 ㅡ

투박하고 메마른 고함이 그녀의 어깨를 때렸다

율리안나는 서류 몇 장을 주섬주섬 줏어 모았다

눈물 방울이 굵게 굵게 그녀의 발등을 적시고 있었다

ㅡ 미스 최 , 니가 참어 , 저 새끼가 또 지랄이 시작됐네 ㅡ

화장실 거울 앞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는 그녀의 곁에서 사무실 선임인 조 은숙이  그녀를 달래고 있었다

ㅡ 어쨋건 저 놈의 인간 , 귀신은 뭐하는지 몰라 어휴 ㅡ 

ㅡ 언니  미안해요, 공연히 저 때문에 ㅡ

ㅡ 그래 ,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어린애한테 수작을 부리다니 ..... ㅡ

ㅡ 네 ? ㅡ

ㅡ 저 놈의  인간 , 여자라면 별짓을 다해 ,너두 조심해 ㅡ

율리안나는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ㅡ 어서  눈물 자국 지우고 마음 추스리고 와 ㅡ

조 은숙이 돌아 가고 율리안나는 거울 속의 선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가늘고 긴 붉은 선이 그녀의 얼굴 위에 별똥별 흐른 듯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이제 두 달인가 겨우 지난 사회 생활에 오늘 처럼 무섭고 서러운 날은 처음이었다

가끔 등을 두드리면서 잘 해 보라면서 격려를 해 주던 인자한 아버지 같은 부장이 갑자기

무서운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 그녀 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책상으로 돌아간 그녀는 다시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자판 위에 손가락을 올려 놓았다

 

ㅡ 최 요셉 ㅡ

ㅡ 네 ㅡ

오부장이 그를 사무실로 호출 하였다

ㅡ 자네 ,남여사하고 사장님 댁으로 가서 일 좀 하고 와야겠어 

사장님 댁에  겨울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일손 빠른 사람이 자네 밖에 없구먼 ㅡ

ㅡ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요 ? ㅡ

ㅡ 가 보면 알게 될 거야 ㅡ

요셉은 설희의 집으로  파견 근무를 간다는 사실에 내심 흥분이 되었다

비록 사사로운 일이지만 어쩌면 늘 그려오던 설희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설희의 집에 도착했을때 설희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래도 그녀가 살았던 공간속에

있는 것 만으로도 그녀를 만난 것처럼 들떠  있었다

ㅡ 아 최 군이라고 했나 ? ㅡ

ㅡ 네 사장님 ㅡ

ㅡ 자네는 이층  우리 딸 방에  짐 정리를 좀 해 줘요. 이제 며칠 지나면 예비고사를 마치고

딸이 돌아 올걸세 ㅡ

한 양택은 아랫  사람들에게도 하대를 하지 않았다 . 그래서 공장 사람들에게 더욱 존경을 받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ㅡ 네 , 사장님 혹시 저를 기억 하시는지요 ? ㅡ

ㅡ 응 ? 어허 잘 모르겠는걸 ,ㅡ

ㅡ 사장님 덕분에 좋은 직장에 취업하게 된 최 요셉입니다  어릴적 설희와 함께 백일장 장원으로 

당선 되어서 사장님이 사주신 음식 맛나게  먹었던 일이 있습니다 ㅡ

ㅡ 아 - 그래 기억 나지 , 우리 설희 친구구먼 하하하 ㅡ

ㅡ 네 ㅡ

요셉은 다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ㅡ 그래요 , 만나서 반갑구먼 , 오늘  잘 부탁해요 ㅡ

설희의 방에는 한 동안 비워 두었던 탓인지 약간 어두었다 

늦가을의 햇살이 그녀의 책상 모서리에 걸려 있었다

책상. 가지런히 꽂혀있는 책들과  앙증맞은 인형들과 걸려있는 그림들 , 그녀의 손길과 숨결이

닿았던 모든 것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햇살이 비치는 책상위에 작은 액자가 얌전히 앉아 있었다

요셉은 사진속의 사람을 보고는 심장이 쿵쿵 뛰었다

설희와 요셉이 나란히 서서 있는 사진이었다 

두 사람이 찍은 유일한 사진 속에는 요셉은 굳어버린 표정으로 서 있었다

6 ~ 7 년 전  교육청에서 백일장대회 수상을 하고 찍은 사진이었다

요셉에게는 없는 사진이었다

그는 한참동안 사진 속의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내가 설희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처럼 그녀도 나를 잊지 않고 있었다는 생각이 이르자

희망의 힘이 안에서 용솟음치듯 솟아 올랐다

그는그녀의 방안을 꼼꼼히 정리 하였다

구석 구석의 먼지를 털어 내고   정원이 잘 보이도록 유리창을 맑게 닦고, 연두색 꽃무늬

커텐으로 바꾸었다

처음 어두웠던 방은 그의 손길이 지나고 난후 따듯하고 아늑하게 변하였다

  

 

 

 

2015 년 9 월 초순

교문리에서 아차 , 오월  (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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